<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는 환경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페미니즘 영화로도 알려질 만큼 여성의 삶을 진정성 넘치게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에린 브로코비치'를 연기한 줄리아 로버츠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을 했고 오른손잡이인 에린 브로코비치를 완벽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오른손으로 글 쓰는 연습을 했다고 하는 줄리아 로버츠의 인생작
냉혹한 현실
두 번의 이혼 경력으로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에린은 은행 잔고가 16달러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아무 대책도 없이 살아가는 여자로 보입니다. 남편하고 이혼한 지 오래되었고 일자리조차 없습니다. 일자리를 찾고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다니지만 그녀의 복장, 말투, 경력, 자격증 때문에 일자리를 얻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다 어려워 보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 사고까지 당한 에린은 목에 캐스트까지 한 채 사고로 알게 된 변호사 에드를 무턱대고 찾아갑니다.
변호사 사무실
사고 상담을 위해 변호사 에릭을 찾아간 에린은 체면이란 것도 없이 에릭에게 일거리를 달라고 애원합니다. 에린의 집착에 결국 에릭은 에린에게 장부 정리하는 일을 맡깁니다. 그러나 주위의 시선은 마냥 그녀를 좋게 보지 않습니다. 속옷이 드러난 옷차림에 사무실 직원들은 그녀를 무시하지만 그녀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미인대회 출신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옷차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정도는 무시할 만큼 자신의 삶에 당당해 보입니다.
거대 기업과의 승부
그러던 어느 날 장부정리를 하다가 이상한 의학기록을 발견하게 됩니다. 거기에 호기심을 느끼고 조사하게 되는데 장부를 통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거대 기업인 PG&E의 공장에서 유출되는 크롬성분이 힌클리 지역주민들을 병들고 죽게 만든다는 의혹을 갖습니다. 에린은 에릭을 설득하여 사건조사에 들어가지만 에린에 대한 주민들의 경계의 눈초리는 따갑기만 합니다. 세 아이의 양육비와 날마다 밀려드는 세금 청구서는 에린의 삶을 위협하지만, 때마침 옆집에 이사 온 오토바이광이 에린에게 관심을 보이자 그녀는 그에게 세 아이를 맡긴 채 사건에 매달리게 됩니다. 에린은 지역 주민들의 집을 방문하여 문을 두드리고 협조를 구합니다. 하지만 대기업과 맞서봐야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 될 거라 생각하는 마을 주민들은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습니다. 에린은 자신의 세 아이를 동원하면서까지 주민들을 설득합니다. 에린의 집념과 친화력에 동화된 주민들은 고소인 서명을 합니다. 에린과 에릭은 메이저급 법률회사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진행해 나가고, 4년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PG&E 사는 수질오염을 일으킨 기업으로 미국법정사상 최고의 배상액인 3억 3,000만 달러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습니다. 거대기업과 맞선 싸움에서 이긴 에린과 에릭은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집니다. 한 여성의 인간승리를 그린 <에린 브로코비치>는 실제 미스 퍼시픽 코스트 출신인 에린 브로코비치의 실화라고 합니다
당당한 삶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원으로 자리를 지켜온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입방아에도 거침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여성이 그 상황을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간이 절망에 이르렀을 때 비루해지지 않은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불의에 맞선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할 테니까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끌어안는 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불의와 맞서 싸운 연약해 보이는 한 여성의 모습을 보며 말입니다. 거창한 일을 했다 해서 누군가의 삶이 빛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사랑했는지,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천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여성이 아버지가 다른 세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도 당당하게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용기입니다. 결핍을 가능성으로 바꾸는 지혜를 우리는 에린에게 배워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