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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사랑이 아름다운 영화

by 허니남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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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The Road Home)>은 195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평범한 농촌 소녀와 초등학교 교사의 사랑을 그린 장이모 감독의 작품으로 가을날의 노랗고 붉은 단풍 사이로 보자기에 찐만두를 담아 들고 연인을 향해 달려가는 소녀, 빨간 옷을 입고 눈밭을 달리는 배우 장쯔이의 모습이 눈가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첫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장이모 감독, 장쯔이의 집으로 가는 길(1999년)

 

아버지의 장례식

루오 유셍은 도시에서 사업을 하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시골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낡은 학교를 다시 세우기 위해 후원금을 모으러 다른 지역에 갔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통 장례를 치러 줄 것을 고집합니다.  전통 장례를 치르려면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아들은 어머니의 뜻에 따르기로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을 회상하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손수 베를 짭니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은 아버지를 떠나보내려는 의식이 아닌, 그 옛날 떠나버린 선생을 그리며 기다렸던 소녀시절과 다르지 않습니다. 

 

소녀시절

낡은 시골학교에 젊은 남자 선생이 새로 부임해 옵니다. 소녀는 선생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하게 됩니다. 마을에서는 선생을 위해 돌아가며 점심을 준비하기로 합니다. 소녀의 차례가 됩니다. 눈이 먼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녀는 선생을 위해 만두를 준비하며 마냥 즐겁습니다. 그런 소녀의 마음을 읽은 어머니는 사랑에 빠진 딸의 앞날이 걱정될 뿐입니다. 그 사랑에 잠 못 이루는 소녀는 선생과 우연히라도 마주쳤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음은 온통 선생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소년의 마음을 감지하기라도 한 듯 선생은 소녀에게 머리핀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곳을 떠나게 됩니다. 소녀는 떠나버린 마차를 따라잡기 위해, 준비했던 만두를 도자기 그릇에 싸들고 산길을 달려갑니다. 소녀는 기다립니다. 문설주에 기대어, 그가 즐겨 다니던 오솔길에서

어느 날 학교 울타리 밖으로 선생과 아이들이 글을 읽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소녀는 일부러 학교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우물로 물을 길러 갑니다. 선생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선생도 소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눈빛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소녀를 두고 선생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날 급한 전갈을 받고 학교를 떠납니다. 그 소식을 들은 소녀는 빨간색 스웨터를 입고 함박눈이 쏟아지는 시골길을 달립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 소녀는 선생이 떠난 길목에 서서 하루도 쉬지 않고 그를 기다립니다. 먹지도 못하고 점점 소녀는 야위어 갑니다. 결국 소녀는 쓰러지고 눈먼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다리던 선행이 시골학교로 돌아와 정착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추억

발목까지 눈이 쌓인 추운 겨울, 객지에서 생을 마감한 선생의 부음을 들은 제자들이 하나 둘 모입니다. 그들은 상여를 메고 먼 길을 걸어 학교로 향합니다. 눈길 위로 걸어가는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아버지와의 추억들이 쌓여갑니다. 

아버지를 잃은 어머니의 모습은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아버지의 장례에 쓸 물건을 직접 만드는 어머니 곁에서 아들은 참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유독 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를 사랑했던 어머니를 위해 아들은 하루 동안 학교에 나가 학생들과 글을 읽습니다. 아버지처럼 말입니다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아름답게 그려낸 장이모 감독의 감성과 감각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아름다운 여운을 남깁니다. 첫사랑에 관한 영화는 많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The Road Home)>처럼 첫사랑의 순수한 감정을 잘 그려낸 작품도 드물 겁니다. 인스턴트 사랑이니 하는 식상한 말들이 많은 요즘,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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